※ ※ ※ 한편, 소년과 헤어져 반대 방향으로 향하던 프란시스는 미리 정해 두었던 몇 개의 장소에 도착해 남들이 보기 전에 얼른 대자보를 붙이고 사라졌다. 그리고 지나가다 밤을 수놓는 건달을 만났을 때에는 지금쯤 소년과 아브라함이 하고 있을 것과 똑같이 그들과 싸워 기절시킨 뒤 붉은 수건을 매어 두었다. 그는 살면서 검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매일 지기만 해서...
※ ※ ※ 이윽고 별이 뜨는 밤이 되었다. 활짝 열렸던 덧창이 하나씩 닫히고 길거리에 사람이 줄어들자 골목길에 숨은 사람들은 조용히 시간이 더 지나기를 기다렸다. 그러다 뎅- 하며 수도의 통금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, 그들은 고개를 들어 자신들의 앞에 선 두 명의 남자를 바라보았다. 그 두 명의 남자 중 하나인 소년 경비병은 뒤로 돌아 손가락을 튕겨 관심...
※ ※ ※ 다음 날 아침, 왕궁 시녀 중의 최정점이자 그녀들의 군기를 잡는 역할인 시녀장이 자기 사무실로 입장하자 시녀장 앞에 여러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. 시녀장은 그 편지들을 한 통 한 통 뜯어 보다가 그것을 가져온 시종에게 물었다. “어머나. 이게 무슨 일이지요?” “요즘 눈꽃 구경이 절정이라고 하더라고요. 다들 휴가를 내고 놀러 가려는 모양인데, 고...
※ ※ ※ 왕국의 수도, 왕성의 주방 뒤편에는 옛날부터 창고로 쓰이는 어떤 2층짜리 건물 하나가 있었다. 하지만 오래전에 더 큰 창고를 짓는 바람에 이 건물은 그 쓰임을 다했는데, 이후에 버려졌던 건물은 언제부터인가 왕성의 고용인들이 건물의 관리를 맡는다는 조건으로 고용인 전용 휴게공간으로 쓰이게 되었다. 그래서 지금은 1층의 너른 창고 공간에는 누군가가 ...
※ ※ ※ “싫습니다.” “아, 아니, 세자 저하, 저기, 프란시스 왕자님, 이것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오니…” “싫다고 했습니다.” 삼십 분 전부터 궁내부 영감님이 진땀을 뺐지만 프란시스는 눈길 하나 안 주며 그의 말을 매정하게 잘라냈다. 뒤늦게 나타난 왕자가 왕비 교체 건을 정면으로 부정하자 영감님은 후닥닥 달려들어 왕자님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, 그의 ...
※ ※ ※ 비슷한 시각, 수도의 마법사 전용 유치장에 갇혀 있던 아브라함 발렌타인은 자기 예상대로 하루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. 죄목은 재산손괴, 폭발로 인해 홀 바닥에 탄 자국이 남은 것은 자기 집 재산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폭발시킨 드레스 값을 합치니 값이 꽤 나갔기 때문이었다. 하지만 그는 마음만 먹으면 유치장행을 피하고 바로 훈방 처리되어 집으로 돌아...
※ ※ ※ “아오오, 사모님 때문에 저 이제 죽습니다. 나만 이게 뭐야? 맨날 고생만 하고.” 샹들리에 하나 매달리지 않은 예니치카의 집 거실에 선 소년은 투덜거리며 입술을 삐죽였다. 하지만 그는 과연 왕자보다는 사모님 편이어서 경비 하나를 속여 잠입해 그녀를 몰래 만나고,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며 그녀의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었다. 그래도 그는 예니치카가 죽...
※ ※ ※ 프란시스가 예니치카의 방에서 쫓겨난 그 날 이후, 예니치카는 죽지도 않고 다시 살아났지만 프란시스는 두 번 다시 그 방을 찾아갈 수 없게 되었다. 모든 것을 잃었다는 절망 속에서 홀로 헤엄치던 그녀는 기절과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여전히 죽음과 삶 사이의 줄타기를 하는 중인데, 프란시스를 만나고 그렇게 된 것이어서 그를 들이지 말라는 의료진의 강력한...
※ ※ ※ 범인이 죽었다는 소식은 전서구를 통해 빠르게 수도까지 전달되었다. 그 소식을 제일 먼저 받아본 마법관리국 국장 레녹스 칼리프는 만족스럽게 박수를 한 번 치며 그 소식을 얼른 왕궁으로 전하라고 지시했다. 그녀는 기분 좋게 자기 사무실 가운데에 놓인 천문 관측 기계를 끼고 부드럽게 한 바퀴 돌다가 사람을 불러 차를 가져오게 했다. 그리고 첫 임무를 ...
※ ※ ※ 한편, 푸드덕대는 까마귀 떼를 쫓던 카디널 부대의 부대원 하나가 달리던 말을 멈추고 땅 위로 뛰어내렸다. 그리고 뒤로 손짓해 얼마 전 자신들의 대장이 된 헤일로 카디널을 불러들였다. 군인 경력까지 합치면 헤일로가 여기서 가장 경력자지만, 그는 추격부대가 처음이라 이번에는 자기보다 부대 경험이 많은 부대원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. 헤일로 대장을...
※ ※ ※ 비슷한 시각, 경비국 수도본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관들이 바쁘게 서류를 안아다 나르며 온 사무실을 하얀 종이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. 물자를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종이를 낭비하면 낭비한 장수만큼 욕을 먹는 것이 그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라서 그 누구도 종이 같은 사소한 문제로 트집 잡지 않았다. 그만큼 심각한 사건이다 보니 왕국 조사관들...
※ ※ ※ 환자가 누운 방은 벽난로를 때고 있었지만 환기를 위해 하루에 15분씩은 꼭 창문을 열어 두었다. 하지만 난로로 더워진 공기보다는 시원한 바깥바람을 좋아했던 예니치카라서, 그녀는 시녀들이 가져다주는 겉옷을 몇 겹 더 두르는 대신 하루에 삼십 분씩 창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. 프란시스가 방의 문 앞까지 다다랐다가 돌아갔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나 예니...
왕국 여행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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